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24다272941 보험금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보험 주식회사
원심 판결 부산지방법원 2024. 7. 18. 선고 2023나58718 판결
판결 선고 2025. 1. 9.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9. 12. 2. 보험회사인 피고와 피보험자를 원고의 약혼자인 소외 1로, 보험수익자를 원고로 하는 (보험명 생략)(해지환급금 미지급형I)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
나. 소외 1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인 2019. 11. 14.부터 2019. 11. 25.까지 급성 신우신염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이하 ‘이 사건 입원치료’라 한다). △△△병원 의사 소외 2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일인 2019. 12. 2. 소외 1에 관한진료의뢰서를 발급하였는데, 위 진료의뢰서의 ‘상병명’란에는 “Acute Pyelonephritis(급성 신우신염), Persistent leukocytosis(지속적인 백혈구증가증), thrombocytosis(혈소판증가증), Elevated CRP(높은 C-반응성단백, 흔히 ‘혈액 염증 수치’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환자상태 및 진료의견’란에는 “상기 환자는 반복되는 UTI(요로감염증)로 외래에서 치료 중 leukocytosis, CRP 상승, thrombocytosis이 있어 입원하였는데, WBC(백혈구), Seg. Neutrophil(분절형 호중구), Platelet(혈소판), CRP의 각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확인되어 감염내과, 혈액내과 진료를 의뢰한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이하 ‘이 사건 진료의뢰서’라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 중 ‘1.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건강검진 포함)를 통하여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입원’ 및 ‘질병의심소견’란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은 채 “아니오.”라고 답변하였다.
라. 소외 1은 2020. 4. 20. □□□병원에서 ‘만성기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최종 진단을 받았고(이하 ‘이 사건 보험사고’라 한다), 원고는 2020. 4. 27.경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마. 피고는 2020. 6. 9.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 즉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입원치료 사실 및 이 사건 진료의뢰서 발급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하였고, 위 통지는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진료의뢰서상 소외 1의 백혈구, 혈소판 등 수치가 높게 확인된다는 기재가 있고 이러한 증상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의심하는 지표 중 하나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과 이 사건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해지에도 불구하고 상법 제655조 단서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사고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중요한 사항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점, 즉 보험사고의 발생이 보험계약자가 불고지하였거나 부실고지한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때에는 상법 제655조 단서의 규정에 따라 보험자는 위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이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보험계약자 측에 있으므로,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인정할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91405, 9141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지하지 아니한 이 사건 입원치료 사실 및 이 사건 진료의뢰서 발급 사실과 이 사건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을 인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원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이 사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진료의뢰서에는 소외 1의 백혈구 수치, 혈소판 수치, 혈액 염증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확인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일반적인 진단방법은 먼저 말초혈액검사를 시행하여 백혈구와 혈소판의 증가가 확인되면 골수검사를 시행하여 확진에 이르는 것이므로, 백혈구 및 혈소판 수치의 지속적 증가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의심할 수 있는 주된 지표이다.
2) 이 사건 진료의뢰서를 발급한 의사 소외 2는 당시 소외 1의 백혈구 증가, 혈소판 증가, 혈액 염증 수치 증가를 요로감염으로 인한 반응성 혈액 이상으로 판단하였고, 소외 1은 이 사건 진료의뢰서 발급 시점으로부터 4개월가량 경과한 후에야 만성기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소외 1은 2019. 3. 26.부터 2019. 4. 1.까지 급성 신우신염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이래 같은 진단병명으로 수차례 통원치료를 받다가 다시 이 사건 입원치료를 받았고, 의사 소외 2는 소외 1의 백혈구 및 혈소판 증가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자 상급병원에 진료를 의뢰한 것이며, 소외 1은 2019. 12. 4. 이 사건 진료의뢰서를 지참하여 □□□병원을 처음 내원한 이래 2020. 4. 22.경까지 위 병원에서 요로감염증 및 급성 신우신염으로 총 25일간의 입원치료와 10회에 걸친 통원치료를 받다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으므로, 위와 같은 4개월가량의 시간적 간격이 백혈구 및 혈소판 수치의 증가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혀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장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이 사건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에 상법 제655조 단서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증거판단을 잘못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서경환
주 심 대법관 신숙희
대법관 노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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